옛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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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해길 제2길(미음나루길) - 석실마을의 안동김씨와 남양홍씨 전설

남양주시에 석실마을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한 곳은 석실서원이 있던 수석동의 석실마을이고, 다른 한 곳은 남양주시 덕소리의 석실마을입니다. 덕소리의 석실마을은 안동김씨의 세거지로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는 남양홍씨가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케이스라 하겠는데, 두 가문 모두 조선시대의 문벌집안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안동김씨가 남양홍씨를 밀어내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해지지요.

안동김씨가 입향하기 전 석실마을은 남양홍씨의 세거지로 이 일대의 산이 모두 남양홍씨의 선산이었답니다. 그 때 남양홍씨 집안에서 딸을 안동김씨 김번이라는 사람에게 출가시키며 두 가문은 서로 사돈지간이 되었지요. 안동김씨가의 며느리가 된 홍씨 부인은 친정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석실마을의 친정집으로 갔습니다. 남양홍씨가에서는 지관을 불러서 홍씨부인의 아버지를 안장할 묏자리를 봐 두었는데 그 자리가 옥호저수형, 즉 옥병에 물을 담은 형국으로 명당자리였지요. 이 사실을 안 홍씨부인은 밤새 그 묏자리에 물을 길어다 부었고 그 바람에 결국 홍씨부인의 아버지 시신은 그곳에 안장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에 홍씨부인은 이미 죽은 남편 김번의 시신을 이 옥호저수형 명당에 이장시켰지요. 친정아버지의 묏자리를 남편의 묏자리로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이 묘로 인하여 안동김씨 일가는 석실마을에 하나둘씩 자리 잡게 되었고, 고관대작과 문장가들이 수없이 배출되며 번성하게 되었지요. 반면 남양홍씨들은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덕소리 석실마을은 더 이상 안동김씨의 집성촌이 아니지만, 안동김씨의 묘역은 남아 있습니다. 특히 김번의 묘자리는 조선의 팔대명당으로 손꼽히며 지금도 풍수가들이 자주 찾는 순례코스 중 하나이지요.

 

덕소리 석실마을 안동김씨 서윤공파 묘역. 왼쪽 호리병 모양의 터에 있는 묘가 김번의 묘이고, 오른쪽 묘역 중 나무 옆에 있는 묘가 김상헌의 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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