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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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해길 제2길(미음나루길) - 양주조씨의 묘역이 되어버린 석실서원

고산자로를 따라 남양주시 수석동을 지나다 보면 석실마을 표지석이 눈에 띕니다. 조선시대 안동김씨 세력의 온상이었던 석실서원이 있던 곳이지요. 그런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석실서원이 아니라 조말생 묘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석실서원은 병자호란 때의 충신인 김상용과 김상헌의 충절과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서원입니다. 1656(효종 7)에 지방유림들이 뜻을 모아 사우(祠宇)를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고, 1663(현종 4)석실(石室)’이라고 사액되어 서원으로 승격되었지요. 이후 석실서원은 서인 노론계의 학자와 관리들을 다수 배출하며 명문 사립학교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하지만 고종이 즉위하고 타도 안동김씨를 벼르던 흥선대원군이 집정한 후 서원을 가만 놔둘 리 없었겠죠? 결국 석실서원은 1868(고종 5)에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고 맙니다.

조말생(1370~1447)은 조선 초기의 문신입니다. 세종 즉위 후에는 주문사(奏聞使)로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함길도관찰사로 부임해서는 여진족 방어에 힘썼지요. 그런데 조선전기 인물의 묘가 왜 석실서원터에 있을까요? 그렇지요. 다른 곳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조말생의 묘는 원래 금곡동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들어섰기 때문이지요. 조말생의 묘가 이장된 후 석실마을은 양주조씨의 묘역이 조성되고 재실인 영모재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정체성마저 뒤바뀌고 말았지요. 이제 이 마을에서 석실서원의 자취가 남아 있는 것은 석실서원지 표지석과 마을이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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