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나루 이야기
임진나루는 임진강의 대표적 나루로 관북과 관서의 분기점이자 한양에서 의주로 가는 의주대로의 주요 길목이었습니다. 한양을 떠나 의주대로를 따라가다가 임진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반드시 임진나루를 건너야 했으니까요.
이 때문에 임진나루의 뱃사공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하루는 다른 지역의 뱃사공이 임진나루의 뱃사공을 시험하기 위해 양반으로 변장하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거짓으로 양반 행세를 하면서 뱃사공들을 골탕먹이 심산이었겠죠. 하지만 지혜로운 임진나루 뱃사공은 “너의 수염이 한쪽으로 구부러졌고 노를 젓느라 고개가 돌아간 것을 보니 너도 나와 같은 뱃놈이구나!”하고 말하면서, 거짓으로 양반 행세하는 것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한편 임진나루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화석정은 율곡 이이가 유년기와 말년을 보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와 관련해서도 한 가지 이야기가 내려옵니다. 율곡 이이는 일본군의 침입을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한 율곡 이이는 어찌된 일인지 화석정을 찾을 때마다 하인들로 하여금 화석정의 바닥이나 기둥에 기름칠을 넉넉하게 해두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율곡 이이가 죽고 8년 뒤인 1592년, 결국 일본군이 조선을 침략합니다. 제대로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했던 조선군은 속수무책으로 패배를 거듭했고, 결국 선조 임금은 율곡의 제안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북쪽으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일본군을 피해 선조가 임진나루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었습니다. 한시가 급한 피난길이라 어서 강을 건너야 했지만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강을 건널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화석정에 불을 질러 임진강 주변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율곡이 미리 기름칠을 해둔 덕에 화석정은 더 환하게 타올랐겠죠. 그리고 그 불빛 덕에 선조는 무사히 임진강을 건너 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