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아늑한 1박, 온온사
삼남길의 첫 번째 길인 한양관문길에서는 온온사(穩穩舍)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온온사는 과천 지역의 관아가 있던 자리이자, 객사로도 사용된 건물입니다.
본격적으로 온온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문화재 중에서 ‘~사’라는 이름을 가진 문화재들을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같은 ‘사’ 발음으로 끝난다 해도, 한자 표기에 따라 각각의 문화재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표기 | 훈음 | 의미 |
~寺 | 절 (사) | 불교 사원인 ‘절’을 의미합니다. 예) 용주사, 용암사 |
~祠 | 사당 (사) | 유교의 성현을 모신 사당을 의미합니다. 예) 궐리사 |
~舍 | 집, 관청 (사) | 객사를 의미합니다. |
온온사(穩穩舍)는 이 중에서 세 번째인 객사에 해당합니다. ‘객사(客舍)’란 ‘객관(客館)’이라고도 하는데, 외국사신이나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의 숙소로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평소에는 객사에 전패(殿牌 : 임금을 상징하는 나무패로, ‘전(殿)’자를 새김)를 모셨기 때문에, 객사는 고을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세워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궐패를 모신 가운데 건물인 정당(正堂, 주사主舍라고도 함)과 옆에 연결된 익실(翼室, 익사翼舍라고도 함)로 구분됩니다. 정당의 지붕은 양 옆에 비해 좀 더 높게 짓기 때문에 객사의 건물 형태는 전체적으로 凸자 형태가 됩니다. 한편 사신이나 관리는 양 옆의 익사에서 묵었습니다.
여러 객사 중에서 삼남길의 온온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온온사에서 정조 임금이 묵어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거의 매년 능행차를 갔던 정조 임금의 일정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일째 아침 | 1일째 숙박 | 2일째 점심 | 2일째 숙박 |
한양 출발 | 과천 온온사 | 의왕 사근행궁 | 수원 화성행궁 |
그러니까 한양 도성을 출발한 당일에 과천 온온사에서 묵었던 셈입니다. (2일째 점심이었던 사근행궁은 제3길 모락산길에서 지나게 됩니다.)
그런데 온온사에서 묵어갔던 정조는, 그 날 밤이 그렇게도 편안했던 모양입니다. 어찌나 편안하게 묵어갔던지 이 객사의 이름을, ‘편안할 온(穩)’자를 두 번이나 연거푸 써서 ‘온온사’로 지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객사는 따로 이름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