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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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해길 제3길(정약용길/마재옛길) - 이상촌을 꿈꾸던 봉안마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하봉마을에는 봉안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교회건물과 그 옆에 세워진 녹슨 종탑이 무언가 사연이 있는 교회임을 직감하게 만듭니다. 봉안교회의 역사는 백년을 훌쩍 넘어가는데, 가나안농군학교로 유명한 김용기 장로의 부친 김춘교 씨가 1912년 예봉산 밑에 기도처를 둔 것이 이 교회의 출발점이랍니다. 이후 1915년 봉안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였는데, 당시의 교회는 예봉산 자락의 구디마을이라는 데에 있었고, 기와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현재의 위치인 하봉마을로 교회가 옮겨진 것은 1936년의 일이지요.

부친으로부터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던 김용기 장로는 1930년대 말 이 마을에 봉안이상촌을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초기 봉안이상촌은 40~60명이 동참한 신앙공동체이자 생활공동체였습니다. 봉안이상촌에서는 각종 과일과 채소, 고구마 농사와 양봉, 산양 키우기 등으로 농업의 발전을 모색하였고, 의생활 개선, 금주 금연, 야학운영 등 계몽운동도 전개하였습니다. 1940년대 들어 일제의 압제가 극에 달한 시기에 봉안이상촌은 여운형 선생을 비롯한 항일운동가와 애국지사, 학병징집 거부자 등의 은신처가 되기도 했지요.

봉안이상촌은 6·25동란 때 폭격으로 폐허가 되고 말아 당시의 건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지역 신앙인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교회가 재건되어 봉안교회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봉안이상촌의 건설이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이 이상촌이야말로 김용기 장로에 의해 실현되었던 가나안농군학교의 초석이 되었던 셈입니다. 가나안농군학교는 새마을운동의 모델이기도 하였지요.

 

봉안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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